배낭여행의 진짜 즐거움은, 천천히 걷는 데서 시작된다
발길 닿는 대로 걷고, 그 도시의 바람과 빛과 소리를 고스란히 느끼는 여행. 배낭여행의 진정한 매력은 그렇게 ‘도보’로 경험하는 일상과 풍경에 있다. 특히 걷기 좋은 도시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그 자체가 하나의 여행이 된다. 이번 글에서는 걷기만으로도 감동을 주는 세 도시, 리스본, 도쿄, 프라하를 소개한다. 각 도시의 도보 코스, 분위기, 비용, 여행 팁까지 담았으니, 다음 배낭여행지를 고민 중이라면 꼭 참고해보자.
리스본 – 언덕 위에서 만나는 햇살과 감성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은 ‘7개의 언덕’ 위에 지어진 도시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지지만, 그만큼 도시 곳곳에서 펼쳐지는 전망은 숨이 멎을 만큼 아름답다. 이 도시는 걷는 동안 끊임없이 감동을 주는 도시다. 도보 여행의 백미는 단연 알파마(Alfama) 지구다. 골목마다 파두(Fado)가 흘러나오고, 낡은 건물 사이로 세월이 흘러간 자취가 남아 있다. 하얀 벽, 파란 타일, 창문에 걸린 빨래조차 이곳에선 예술처럼 느껴진다. 바이샤에서 바이루 알투까지 이어지는 길에서는 노천카페, 트램, 거리 악사들이 여행자를 반긴다. 미라도루(Miradouro) 전망대는 리스본 걷기 여행의 핵심이다. 붉은 지붕과 타구스강이 어우러진 풍경은 그 자체로 그림 같다. 트램 28번을 병행하면 오르막 구간도 무리 없이 즐길 수 있다. 포르투갈은 물가도 유럽 평균보다 낮은 편이다. 커피 한 잔, 작은 바에서의 한 끼, 숙소까지 모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어, 유럽 도보 여행의 시작점으로 딱이다. 다만 칼사다 포르투게사(미끄러운 돌길)가 많으니 접지력 좋은 운동화를 챙기는 건 필수다.
도쿄 – 구석구석 숨어 있는 이야기
대도시지만 걷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는 곳, 도쿄. 전통과 트렌드, 정적과 동적, 조용함과 화려함이 공존하는 이 도시는, 걸을수록 새로운 발견이 이어지는 도시다. 가장 추천하고 싶은 도보 루트는 우에노 – 야나카 – 닛포리 구간이다. 현대적 공원인 우에노를 시작으로, 야나카의 전통 골목과 닛포리 고양이 거리를 거닐다 보면, 마치 시간을 거슬러 걷는 느낌이 든다. 옛 주택, 오래된 상점, 조용한 신사와 묘지까지 도시의 다양한 얼굴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한편, 시부야 – 하라주쿠 – 오모테산도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선사한다. 젊음과 유행이 넘실대는 시부야, 개성과 실험이 가득한 하라주쿠, 그리고 세련된 건축과 여유가 흐르는 오모테산도는 감각적인 여행자에게 안성맞춤이다. 도쿄는 대중교통이 편리하지만 교통비가 비싼 편이다. 반면, 각 지역은 도보로 충분히 연결되기 때문에, 한 지역을 깊이 탐험한다면 걷는 게 훨씬 실용적이다. 거의 모든 거리에는 편의점과 공공 화장실이 있어 혼자 걷기에도 전혀 불편함이 없다. 무엇보다 안전한 도시라는 점에서, 특히 여성 도보 여행자에게 매우 인기 있는 도시다.
프라하 – 걷는 모든 길이 예술이 되는 도시
체코의 수도 프라하는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이다. 걷기만 해도 여행이 완성되는 도시, 사진을 찍지 않아도 충분히 기억에 남는 도시. 이곳에서는 ‘도보 여행’이 가장 완벽한 방식이다. 대표적인 루트는 구시가지 광장 → 천문시계탑 → 카를교 → 프라하 성. 모두 도보로 이어지며, 단 한 번도 지루할 틈이 없다. 구시가지의 활기, 카를교의 낭만, 성 근처의 고요함 — 각기 다른 감정이 하나의 길 위에 펼쳐진다. 카를교 위에선 거리 음악가들이 여행자의 발걸음을 붙잡고, 강 건너 성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웃음이 가득하다. 다리 위에서 불어오는 강바람과 거리의 소음조차도 이 도시에선 추억이 된다. 프라하는 경사가 거의 없어 걷기에 무척 편안하다. 도심 자체가 작고, 명소들이 가까워 도보만으로도 여행이 충분하다. 물가도 유럽 내에서 저렴한 편이기에, 배낭여행자에게는 천국 같은 도시다. 카페에서 커피 한 잔, 현지식 식사, 숙박까지 모두 합리적인 가격에 가능하다. 골목마다 다른 분위기, 건물마다 다른 색감, 돌길마다 다른 발자국. 프라하는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도시다.
리스본의 언덕, 도쿄의 골목, 프라하의 성 — 이 세 도시는 모두 걷는 여정 속에서 스스로를 발견하게 하는 도시들이다. 교통보다 발로, 속도보다 시선으로, 목적지보다 여정으로 완성되는 여행. 배낭을 메고 느리게 걷는 여행은 단순히 돈을 아끼는 방법이 아니라, 여행의 본질을 만나는 방식이다. 다음 여행지에서는 계획표보다 좋은 신발을 먼저 챙기자. 진짜 여행은, 천천히 걷는 데서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