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곳은 대부분 파리, 로마, 바르셀로나처럼 관광객이 넘치는 유명 도시들입니다. 하지만 진정한 유럽의 숨은 매력은, 아직 대중화되지 않았지만 그만큼 여유롭고 진정성 있는 여행 경험을 제공하는 저평가된 지역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특히 코소보, 북마케도니아, 안도라는 인지도는 낮지만 배낭여행자 사이에서 ‘숨겨진 보석’으로 알려지며 점차 주목받고 있는 국가들입니다. 물가가 저렴하고, 관광지 혼잡도가 낮으며, 국경 간 이동도 쉬워 장기 배낭여행 루트에 포함시키기에도 매우 적합한 이 세 나라의 매력을 깊이 있게 살펴보겠습니다.
저평가된 유럽 배낭여행지, 코소보 – 전후 재생의 에너지와 커피 향 가득한 감성 도시
발칸의 막내국가 코소보는 유럽에서 가장 최근에 독립한 나라로, 여전히 정치적 복잡성이 남아 있지만 그 안에서 피어난 젊고 역동적인 문화는 여행자들에게 신선한 감동을 줍니다. 수도 프리슈티나는 유럽에서 가장 ‘작고 독특한 수도’로, 인구의 절반 이상이 30대 이하인 젊은 도시입니다. 고전적인 유럽 도시와 달리, 프리슈티나는 현대적인 건축과 예술, 사회운동이 공존하는 매우 진보적인 분위기를 띱니다. 프리슈티나에서는 뉴본(Newborn Monument), 국립도서관, 성 테레사 대성당, 빌 클린턴 거리 등 역사와 현재가 교차하는 장소들을 만날 수 있으며, 시내 곳곳의 벽화와 커피숍 문화는 이 도시만의 자유로운 감성을 표현합니다. 특히 발칸 반도에서도 손꼽히는 에스프레소 문화를 즐길 수 있어, 저렴한 가격으로도 수준 높은 커피 경험이 가능합니다. 물가는 매우 낮은 편으로, 호스텔 1박 10~15유로, 중급 호텔도 30~40유로 수준입니다. 식사는 로컬 레스토랑에서 고기 요리와 음료 포함 5~8유로면 가능하며, 커피 한 잔은 1유로 내외입니다. 주변 도시인 페야(Peja), 야코바(Gjakova)는 보다 조용하고 전통적인 분위기를 갖고 있으며, 아코노리 국립공원(Rugova Canyon)과 같은 자연 명소도 있어 액티비티와 힐링을 동시에 즐길 수 있습니다.세르비아, 알바니아, 북마케도니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어 육로 이동이 매우 유리하며, 대부분 버스로 3~5시간 이내 거리입니다. 코소보는 여행자 수가 적은 만큼 현지인과의 소통, 진짜 유럽식 환대를 경험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를 제공합니다.
북마케도니아 – 발칸의 보석, 호수와 문화가 살아있는 감성 국가
북마케도니아는 국토는 작지만 그 안에 다양한 역사와 자연, 그리고 정적인 유럽의 매력이 응축되어 있는 나라입니다. 수도 스코페는 발칸 전통, 오스만 제국의 흔적, 현대적 유럽 건축이 한 도시에 공존하는 보기 드문 장소로, 알렉산더 대왕 동상과 신시가지의 대리석 건물들, 그리고 스톤브리지와 올드 바자르가 교차하는 광경은 이색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스코페는 도보 여행이 매우 효율적인 도시이며,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마티카 캐니언(Matka Canyon)이라는 협곡 명소에서 하이킹, 카약, 보트투어 등을 즐길 수 있습니다. 시내 카페와 식당은 저렴하면서도 수준이 높아, 한 끼 식사 4~6유로, 카페 커피 1.5유로 정도입니다. 호스텔은 1박 10~15유로, 중급 숙소는 30~50유로로 매우 합리적입니다. 오흐리드는 북마케도니아 여행의 백미입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오흐리드 호수(Lake Ohrid)는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청정 호수이며, 해질녘의 풍경은 유럽 어느 유명 해안도시 못지않은 감성을 선사합니다. 오래된 수도원, 석조 거리, 수제 공예품 마켓까지 산책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입니다. 인근 알바니아, 불가리아, 코소보 등과 국경을 맞대고 있어 발칸 종단 루트의 거점 도시로도 활용이 가능합니다. 대부분 장거리 버스를 이용하며, 국경 통과도 비교적 간단하고 빠른 편입니다. 외국인 여행자 수는 아직 적어 비교적 조용하고, 느긋한 배낭여행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잘 맞습니다.
안도라 – 피레네 산맥 속에 숨은 유럽의 작고 부유한 나라
프랑스와 스페인 사이, 피레네 산맥 한가운데 자리한 안도라는 유럽에서도 가장 면적이 작고, 독립적인 정치 체계를 유지하는 공국입니다. 작지만 관광 인프라는 놀라울 만큼 잘 갖춰져 있으며, 하이킹, 온천, 쇼핑, 스키 등 다채로운 체험이 가능하면서도 여전히 저평가된 상태입니다. 수도 안도라 라 베야는 고도 1,000m 이상에 자리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도 중 하나이며, 도시 전체가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공기와 풍경 모두 청량합니다. 이곳은 면세 쇼핑이 가능한 도시로도 유명해, 전자기기, 화장품, 주류 등을 유럽 타 도시보다 훨씬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습니다. 도시 한복판에는 초대형 온천 리조트인 칼데아(Caldea)가 있으며, 여름과 겨울 시즌 모두 많은 유럽인이 힐링 목적으로 방문합니다. 대중교통은 주로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프랑스 툴루즈에서 국제 고속버스를 통해 입국하며, 안도라 내부에서는 버스와 도보로 대부분의 이동이 가능합니다. 도미토리는 1박 20~25유로, 중급 호텔은 40~70유로 수준이며, 식사는 10~15유로 내외로 유럽 물가 대비 합리적입니다. 안도라는 EU에는 포함되지만 셍겐 조약국이 아니므로, 체류 시 여권 지참 필수이며 입국 스탬프를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소도시지만 깔끔하고 안전하며, 스키와 트레킹, 면세 쇼핑, 자연 속 힐링을 한 번에 누릴 수 있는 도심형 힐링 국가입니다.
유럽을 여행하면서도 좀 더 ‘덜 알려진 곳’에서 자신만의 루트를 만들고 싶은 여행자라면, 코소보, 북마케도니아, 안도라는 최고의 선택입니다. 혼잡하지 않고, 현지의 삶을 가까이서 느낄 수 있으며, 경제적인 예산으로 유럽의 진짜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곳들이죠. 유명하지 않다고 해서 가치가 없는 것이 아닙니다. 때로는 가장 조용한 도시가 가장 진한 여행의 기억을 남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