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는 매력적인 문화와 풍부한 자연, 그리고 다채로운 역사를 품은 대륙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브라질, 멕시코, 페루, 아르헨티나처럼 널리 알려진 국가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진정한 중남미의 일상과 정취를 느끼고자 하는 장기 배낭여행자들에게는 덜 알려졌지만 훨씬 더 깊은 경험을 제공해주는 소도시들이 많습니다. 특히 에콰도르, 볼리비아, 파라과이는 저렴한 물가, 유연한 비자 제도, 그리고 풍부한 문화 체험이 가능한 국가들로, 장기 여행지로서 숨은 강자라 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세 나라의 대표 소도시를 중심으로 장기 배낭여행에 적합한 이유를 깊이 있게 소개합니다.
중남미 소도시 3국 여행 코스 에콰도르 – 전통과 예술이 살아 숨 쉬는 도시, 쿠엥카(Cuenca)
에콰도르는 남미의 작지만 핵심적인 나라 중 하나입니다. 특히 ‘쿠엥카(Cuenca)’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도 도시로, 전통적인 스페인 식민지 양식과 현대적 감각이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도심은 조용하고 차분하며, 중심광장을 기준으로 걸어서 대부분의 주요 지역을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구조가 단순합니다. 오래된 성당, 미술관, 도서관, 예술가들의 거리 등 문화 콘텐츠도 풍부합니다. 장기 여행자에게 쿠엥카는 매우 이상적인 도시입니다. 월세는 로컬 아파트 기준 250달러 내외, 식사는 로컬 식당에서 3~4달러 정도로 저렴하며, 한 달 예산은 약 600~800달러 정도로 충분히 생활할 수 있습니다. 특히 외국인 커뮤니티가 매우 잘 형성되어 있어 스페인어를 못해도 영어만으로도 생활이 가능하고, 언어 교환 모임이나 워크숍 같은 장기 체류자 대상의 커뮤니티 활동도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치안도 안정적이며, 밤늦게까지도 사람들이 산책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다만 고산지대(해발 2,500m 이상)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처음 도착한 후에는 반드시 고산증 예방을 위한 휴식이 필요합니다. 주변에는 온천, 국립공원, 전통 마을 등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는 자연 관광지도 많아, 장기 체류 중에도 일상이 지루하지 않습니다.
볼리비아 – 전통과 자연이 어우러진 배낭여행의 진짜 무대, 수크레(Sucre)
볼리비아는 남미에서 가장 전통이 강하게 남아 있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라파스, 우유니 같은 유명 도시들도 있지만, 장기 여행자라면 좀 더 조용하고 삶이 녹아 있는 도시, ‘수크레(Sucre)’를 추천합니다. 수크레는 볼리비아의 헌법상 수도이며, ‘화이트 시티’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하얀 벽과 붉은 지붕이 특징적인 도시입니다. 도시 자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고풍스러운 건축물 사이로 느리게 흐르는 일상이 여행자의 리듬에 딱 맞아떨어집니다. 수크레는 스페인어를 배우기에 가장 적합한 도시 중 하나로, 다양한 언어 학교에서 저렴한 가격에 수업을 들을 수 있습니다. 한 달 과정은 약 100~150달러 수준이며, 홈스테이나 로컬 숙소와 함께 진행하면 언어 습득과 문화 체험을 동시에 할 수 있습니다. 물가는 매우 저렴한 편으로, 로컬 마켓에서 야채와 고기를 구매해 자취하면 하루 식비가 3~5달러 내외로 가능하며, 외식도 충분히 저렴합니다. 월세는 쉐어하우스나 소형 아파트 기준으로 150~250달러 수준이며, 숙소 대부분이 중심광장에서 도보 15분 이내에 위치해 있어 이동도 편리합니다. 수크레는 또한 인근 산악 지형 덕분에 주말마다 하이킹이나 자전거 여행, 온천 체험 등을 떠날 수 있어 일상과 여가의 균형이 좋은 도시입니다. 볼리비아는 기본적으로 안전한 나라지만, 저녁 늦게 외출할 때는 인적이 드문 골목을 피하고 가방은 크로스로 착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중교통은 주로 미니버스나 콜렉티보 형태로 운영되며, 1회 이용 요금은 약 0.2~0.5달러 수준입니다. 수크레는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머무는 여행’을 실현하기에 최적화된 도시라 할 수 있습니다.
파라과이 – 정갈하고 정돈된 숨은 명소, 엔카르나시온(Encarnación)
파라과이는 남미에서 가장 조용하고 정직한 나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오히려 그 점이 배낭여행자에게는 장점이 됩니다. ‘엔카르나시온(Encarnación)’은 파라과이 남부, 아르헨티나 국경 근처에 위치한 도시로, 파라과이에서 가장 깔끔하고 잘 정비된 휴양 도시입니다. 파라나 강을 따라 잘 조성된 산책로와 해변이 있으며, 저녁이면 현지 주민들이 가족 단위로 산책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는 평화로운 분위기입니다. 엔카르나시온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살기 좋은 도시’라는 점입니다. 한 달 생활비가 약 500~700달러 수준으로 매우 저렴하며, 로컬 아파트 임대는 월 200~300달러, 식사는 2~3달러 수준입니다. 비자 면에서도 한국인은 무비자로 90일 체류가 가능하며, 한번 출국 후 재입국 시 다시 90일이 주어져 장기 체류가 현실적으로 가능합니다. 또한 파라과이는 외국인의 장기 체류에 대해 우호적인 정책을 유지하고 있어 부담 없이 머무를 수 있습니다. 엔카르나시온은 예수회 유적이 잘 보존된 지역으로도 유명합니다. ‘헤수스 데 타바랑구에(Jesús de Tavarangue)’와 같은 유적지는 17~18세기 중남미 식민지 시대의 종교 역사와 원주민 문화가 만나는 장소로, 역사 애호가라면 필수로 방문해야 할 장소입니다. 치안 또한 매우 안정적이며, 경찰의 순찰도 활발해 혼자 여행하거나 여성 여행자도 안심하고 체류할 수 있습니다. 파라과이 사람들은 조용하고 예의 바른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도 긍정적인 편입니다. 현지 마트, 시장, 병원, 대중교통 등 인프라도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어 ‘생활 중심 여행’을 꿈꾸는 이들에게 매우 적합한 환경을 제공합니다. 스페인어는 필수까지는 아니지만, 기본적인 인사말이나 쇼핑 회화 정도를 익혀두면 여행이 훨씬 풍성해집니다.
결론적으로, 중남미에서의 장기 배낭여행은 단순한 관광이 아닌, 현지 문화와 삶을 직접 체험하고 싶은 이들에게 최고의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에콰도르의 쿠엥카, 볼리비아의 수크레, 파라과이의 엔카르나시온은 물가가 낮고, 비자 체류 조건이 유리하며, 무엇보다도 치안이 비교적 안정되어 있어 장기 체류를 계획하는 여행자에게 현실적인 선택지입니다. 이 세 도시는 모두 ‘조용한 배낭여행’을 지향하는 이들에게 최적의 거점이 될 것이며, 중남미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줄 것입니다. 지금 당장 떠나지 않더라도, 당신의 다음 여행 노트에 이 도시들을 반드시 적어두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