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은 오랜 세월 동안 역사와 종교, 정치적 이슈로 인해 여행지로는 다소 낯설게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배낭여행자들 사이에서는 '다양성과 진정성'을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요르단, 오만, 아랍에미리트와 같은 비교적 안정적인 국가의 '소도시'는 대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전통과 지역문화가 살아 있는 공간으로, 자유여행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이들 도시는 관광지로 상업화되지 않은 현지인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천천히 걷고 머물며 중동의 진면목을 경험하기에 최적입니다. 이 글에서는 각 나라의 대표적인 소도시를 중심으로 자유여행에 필요한 구체적인 정보와 여행 팁을 제공하겠습니다.
중동 소도시 자유여행 정보, 요르단 – 고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따뜻한 여행지
요르단은 중동의 보석이라 불릴 만큼 안전하고 친절한 나라입니다. 수도 암만, 고대 도시 페트라, 사해 등 유명 관광지도 많지만, 요르단의 소도시는 그보다 더 깊은 매력을 품고 있습니다. '마다바(Madaba)'는 요르단 남부에 위치한 도시로, 비잔틴 시대의 모자이크 지도가 보존된 세인트 조지 교회로 유명합니다. 도시는 조용하고 걸어서 대부분의 장소를 둘러볼 수 있으며, 저렴한 숙소와 시장, 로컬 식당들이 밀집해 있어 하루 이틀 일정으로 여행하기에 최적입니다. 특히 모자이크 박물관, 시장 골목, 교회들을 천천히 산책하듯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카라크(Karak)'는 십자군 시대의 대형 성채가 남아 있는 도시로, 암만에서 남쪽으로 약 2시간 거리입니다. 카라크 성은 도시 전체를 내려다보는 위치에 자리잡고 있어, 중세의 느낌을 고스란히 전해줍니다. 주변은 조용한 주택가로 이루어져 있으며, 현지 카페나 식당에서 사람들과 소소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요르단인의 따뜻함을 직접 체험할 수 있습니다. 요르단은 물가도 합리적인 편으로, 팔라펠 샌드위치 한 개에 약 1~2달러면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영어가 통하는 비율은 대도시에 비해 낮지만, 기본적인 단어와 제스처로 충분히 소통 가능합니다.
오만 – 전통과 자연이 어우러진 중동의 숨은 진주
오만은 중동에서 가장 전통적인 삶의 방식이 살아 있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특히 수도 무스카트를 벗어나면,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고요한 소도시들이 펼쳐집니다. '니즈와(Nizwa)'는 과거 오만의 수도였던 곳으로, 전통적인 시장(수크)과 중세의 요새, 그리고 지역의 생활문화를 간직하고 있는 진정한 오만의 심장부입니다. 매주 금요일 열리는 염소 시장은 오만의 오랜 거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이며, 외국인 방문객에게도 매우 관대하고 친절한 분위기입니다. 니즈와 포트는 중앙 탑에 오르면 도시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는 환상적인 뷰를 제공합니다. 또 다른 소도시 ‘수르(Sur)’는 인도양에 인접한 항구 도시로, 과거 아프리카 및 인도와 무역이 활발하던 시절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전통적인 도선(Dhow) 조선소를 방문하면 나무로 배를 만드는 장인의 손길을 직접 볼 수 있고, 해변에서는 한적하게 바다를 바라보며 산책하거나 일몰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수르에서 가까운 자연 명소 ‘와디 샤브(Wadi Shab)’는 에메랄드빛 계곡을 따라 하이킹을 즐기고, 천연 수영장에서 수영도 가능한 신비로운 장소입니다. 오만은 전체적으로 여행자가 적은 편이라 붐비지 않고, 조용하고 편안한 여행을 원하는 사람에게 매우 적합한 환경을 제공합니다.
아랍에미리트 – 대도시를 벗어난 진짜 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는 두바이와 아부다비 같은 대도시의 고급스러움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 이면에는 전통적이고 정감 있는 소도시들이 존재합니다. '알 아인(Al Ain)'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오아시스 도시로, 팜나무와 전통 수로 시스템이 살아 있는 진귀한 도시입니다. 이곳에는 알 아인 오아시스를 비롯해 전통 시장, 동물원, 박물관 등이 잘 정비되어 있어 문화적 풍요로움과 여유를 동시에 느낄 수 있습니다. 현지인들과 함께 걷는 조용한 거리, 팜 트리 사이로 흐르는 물소리, 무슬림 문화의 일상을 가까이서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됩니다. 푸자이라(Fujairah)는 UAE 동부에 위치한 해안 도시로, 인도양을 마주하고 있어 사막 이미지와는 다른 바다 중심의 풍경을 자랑합니다. 이곳에서는 해양 스포츠를 즐기거나 해변 산책로를 따라 여유로운 하루를 보낼 수 있으며, 도시 전체가 조용하고 소박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어 혼자 여행자나 커플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알 비디야 모스크(Emirates에서 가장 오래된 이슬람 사원)가 있어 문화 탐방도 가능하며, 도심 내 교통도 비교적 단순하고 이동이 편리합니다. 두바이에서 푸자이라까지는 대중버스로 약 2~3시간 소요되며, 교통비도 저렴한 편입니다. 아랍에미리트는 물가가 높은 편이지만, 소도시에서는 로컬 식당을 이용하면 훨씬 저렴하게 여행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도계 식당이나 현지식당에서는 10~15디르함(한화 약 4,000~6,000원)에 푸짐한 식사가 가능하며, 다인용 숙소보다 1인실이나 게스트하우스를 선택하면 숙박비도 절감할 수 있습니다. 문화적으로도 매우 안전하며, 여성 혼자 여행하기에도 위험이 거의 없고, 관광객에 대한 배려가 잘 갖춰져 있는 편입니다.
결론적으로, 요르단, 오만, 아랍에미리트의 소도시들은 중동에 대한 기존의 고정관념을 뒤엎는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들 도시에서는 빠르게 소비되는 관광 대신, 현지인의 삶 속으로 직접 들어가보고, 사람 냄새 나는 풍경을 마주하며 진정한 여행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습니다. 대도시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중동의 따뜻한 환대와 조용한 여정은 자유여행자에게 깊은 울림을 남깁니다. 익숙하지 않지만 충분히 안전하고, 복잡하지 않지만 풍성한 경험을 주는 중동 소도시로의 여행을 지금부터 계획해보세요. 여러분의 다음 배낭여행지가 바로 이곳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