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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소도시 자유여행 정보 : 요르단, 오만, 아랍에미리트

by honghongcha 2025. 5. 20.

중동 소도시 자유여행 – 천천히 걷고 머무는 시간

중동은 오랜 세월 동안 종교와 정치, 갈등의 이미지로 덧칠되어 있었기에 여행지로는 다소 낯설고 멀게 느껴졌던 곳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배낭여행자들 사이에서 중동은 ‘진짜 사람 사는 곳’이자, 아직 상업화되지 않은 깊고 조용한 여행지로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특히 요르단, 오만, 아랍에미리트 같은 비교적 안정적인 국가들의 소도시는 대도시에서 느끼기 어려운 전통과 지역의 온기를 품고 있어, 혼자 떠나는 자유여행자들에게도 따뜻하게 기억되는 곳들이다. 이들 도시는 빠르게 소비되는 관광지가 아니라, 천천히 걷고 머물며 그들의 일상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다. 이번 글에서는 각 나라의 소도시를 중심으로 여행자에게 필요한 실질적인 정보와 함께, 그 안에서 어떤 감정과 풍경을 마주하게 될지 안내해보려 한다.

요르단 – 고대와 현대가 겹쳐진 조용한 사람들의 도시

요르단은 중동에서 가장 따뜻한 환대를 받을 수 있는 나라 중 하나다. 암만이나 페트라 같은 유명 관광지보다 더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장소는 오히려 남쪽의 소도시들이다. 그중 하나가 마다바(Madaba). 이 도시는 비잔틴 시대의 모자이크 지도가 보존된 ‘세인트 조지 교회’로 유명하지만, 사실 이곳의 매력은 길을 따라 이어진 로컬 시장, 저렴하고 정겨운 식당, 그리고 그저 조용히 걷는 그 시간들에 있다. 도시 규모가 크지 않아 대부분의 장소는 도보로 충분하고, 느린 걸음으로 골목을 걷다 보면 이 도시의 숨결을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다. 또 하나의 도시 카라크(Karak)는 십자군 시대의 대형 성채가 그대로 남아 있는 역사 도시다. 암만에서 차로 약 2시간 남짓이면 도착하는 이곳은, 중세의 흔적이 도시 전체를 감싸고 있어 마치 영화 세트장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무엇보다도 이곳은 현지인들의 삶이 차분하게 이어지는 공간이다. 성채 주변의 작은 카페에 앉아 요르단 사람들이 건네는 따뜻한 미소를 마주하면, 이 도시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그들의 얼굴이 기억날지도 모른다. 물가는 전체적으로 합리적이며, 팔라펠이나 푸짐한 아랍식 정식도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 영어는 일부 제한적이지만, 손짓 발짓과 미소만으로도 충분히 통하는 도시다.

오만 – 전통의 결을 따라 이어지는 느린 시간의 도시

중동의 전통적인 얼굴을 가장 온전히 간직한 나라 중 하나, 오만. 그중에서도 니즈와(Nizwa)는 과거 오만의 수도로, 지금은 그 전통의 숨결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소도시다. 매주 금요일 아침이면 도시의 시장에는 염소를 사고파는 오만 특유의 전통 시장이 펼쳐지는데, 이 생생한 풍경은 시간의 층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도시 중심의 니즈와 포트는 꼭대기에 오르면 전통 주택과 시장, 야자수들이 어우러진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고, 그 자체로 오만이라는 나라의 정체성을 상징한다. 한편, 수르(Sur)는 인도양을 마주한 작은 항구 도시로, 바다와 전통이 공존하는 도시다. 이곳의 명물은 전통 나무 배인 ‘도우(Dhow)’를 만드는 조선소. 목재를 다듬고 조립하는 장인의 손길은 시간의 흔적과 기술의 결이 오롯이 느껴지는 장면이다. 수르의 해변은 비교적 한산하고, 일몰이 아름다워 산책이나 멍하니 앉아 있기에도 좋다. 조금만 나가면 신비로운 계곡 와디 샤브(Wadi Shab)도 만날 수 있어, 자연과 전통을 동시에 경험하는 오만만의 여정을 완성시켜준다.

아랍에미리트 – 대도시를 벗어난 진짜 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는 두바이나 아부다비처럼 고층 빌딩과 럭셔리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지만, 그 이면에는 아직도 아라비아의 전통을 간직한 조용한 도시들이 존재한다. 알 아인(Al Ain)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오아시스 도시로, 전통 수로와 팜나무 숲, 고즈넉한 골목길이 조화를 이루며 ‘진짜 중동’을 걷는 기분을 선사한다. 동물원, 박물관, 현지 전통시장이 정갈하게 이어져 있어 문화와 자연을 함께 느낄 수 있다. 동부 해안 도시 푸자이라(Fujairah)는 인도양을 마주한 드문 바다 도시로, 해변 산책과 스노클링, 해양 액티비티를 즐기기에 좋으며, 도시 전체가 조용하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다. 또한 알 비디야 모스크는 아랍에미리트에서 가장 오래된 이슬람 사원으로, 푸자이라의 역사적 상징이기도 하다. 두바이에서 버스로 2~3시간이면 도착하며, 교통비도 합리적인 편이다. 로컬 식당에서는 10~15디르함이면 한 끼를 푸짐하게 먹을 수 있고, 혼자 여행하기에도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이 제공된다.

요르단, 오만, 아랍에미리트의 소도시들은 우리가 알고 있던 중동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빠르게 소비되는 관광지가 아닌, 사람과 문화, 일상이 살아 있는 공간. 천천히 걷고, 조용히 바라보며, 낯선 사람들과 미소로 인사를 나누는 그 순간들 속에서 진짜 여행이 시작된다.낯설지만 충분히 안전하고, 멀지만 오히려 가깝게 다가오는 그들의 도시. 다음 배낭여행의 목적지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면, 중동 소도시로 향하는 항공권을 한번 검색해보자. 누구보다 깊고 진한 여행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